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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월의 종(2) : 어느 날 갑자기 내 빵이 완판되기 시작했다

※ <오월의 종(1) : 이 집 빵 맛이 변하지 않는 이유>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.



 




 

빵을 많이 만들지 않는 이유  


처음 문을 열었을 때 욕을 많이 먹었어요. 처음엔 아침 8시에 문을 열다가 나중에 11시에 문을 열었거든요. 주변에서 난리가 났습니다. 무슨 빵집이 11시에 문을 여느냐는 둥, 주인이 게을러 터졌다는 둥. 중간중간 빵을 만들다 품질이 안 나오면 그냥 문을 닫아버렸어요. 빵은 다 버렸죠. 주변에서는 ‘분명히 주인이 이상한 사람이다’라고 했어요. 그런데 제게는 정말 절박했습니다. 정말로 나답게 만들겠다는 목표 하나를 갖고 왔기 때문에요. 이게 무너지면 빵이고 장사고 의미없는 게 됐거든요. 원하는 빵이 안 나오면 화가 나서 가게 문을 닫고 나갔어요. 그리고 순댓국 집에 가서 대낮부터 소주를 마셨죠. 
 
어느 날부터 내 마음에 드는 빵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어요. 그래서 제대로 시간을 지켜가며 문을 열기 시작했죠. 문은 열었는데 그렇게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. 예를 들면 무화과 호밀빵. 지금은 정말 잘 팔리는 빵인데, 제가 이 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빵 대회에 가지고 나갔어요. 아주 혹평을 받았어요. 일본인 셰프가 “이건 빵으로 볼 수 없다”고 말씀하시더라구요. 쟁반을 들고 심사위원 평가를 받는데 그 분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듣고 쟁반을 뒤집어엎고 나와버렸어요. 그런데도 노력상인지 상장은 날아오더라구요. 
 
무화과 호밀빵은 처음엔 10개를 만들었어요. 그럼 2개가 팔리고 8개가 남았어요. 그 짓을 3년 넘게 했습니다. 호밀빵은 오래 되면 그대로 굳어요. 남은 빵이 아까워서 가게에 쌓아뒀더니 크리스마스 무렵엔 트리처럼 수북히 쌓였어요. 거기 트리 장식을 걸었더니, 그제서야 사람들이 “대단하다”며 사진을 찍더라구요. 
 
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어요. 내 생각을 남들이 편안하게 받아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구나. 왜 안 알아주느냐가 아니라 시간이 당연히 필요하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. 조급해하기만 했지, 시간을 갖고 가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것 같아요.

이태원에 와서도 처음엔 빵이 잘 안팔렸어요. 그런데 정말, 어느 날 갑자기, 오후 2시도 안돼서 빵이 다 팔려버린 거에요. 그래서 “어, 이 동네에 행사 있었나” 하고 두리번두리번 했어요. 그날부터 지금까지 2시가 되기 전에 빵이 다 팔려버려요.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저도 그렇게 답할 수 밖에 없어요. 정말 어느날 갑자기였어요. 
 
천천히 조금씩 변한 게 아니라 갑자기 변하니까 제가 적응하기가 힘들더라구요. 일단 많이들 사니까 많이 만들어야 할 거 아니에요. 그런데 많이 만들면 빵의 품질이 떨어져요. 이걸 어떻게 할까, 생각하다가 그냥 많이 만들지 말자고 결정했습니다. 결국 단순한 목표는 빵은 맛있게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. 그래서 내가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들기로 했어요. 그것만 만들고 나면 저는 뒤도 안 돌아봅니다. 

8.6
<브랜드 소셜 살롱> Be my B의 BRAND WEEKLY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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